올해 들어 처음 읽은 소설이다. 어쩌다 보니 인문학과 기술서만 읽었네. 그렇다고 이번에 새로 산 책도 아니다. 몇 년 전 NHN 다니던 시절에 사내 이벤트로 받은 책으로 기억한다. 독서 모임 토론 주제를 발제해야 하는데, 겸사겸사 독서 후기도 적어본다.
읽으면서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생각나는 이 책은 참 몽글몽글한 느낌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서류가 아닌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본 게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하다. 업무 다이어리도 아이패드에 사용할 수 있는 터치펜이라는 물건을 한 10년 전에 손에 넣은 이후로 모든 노트 정리는 디지털로 바뀌었다.
역시 디지털이라 10년 전 회의 시간에 딴짓한 흔적을 바로 찾아서 이 글에 붙여 넣을 수 있다.
사족이 길었지만, 지금과 같이 키보드조차 낯설어지는 모바일 시대에 손편지는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 강한 의미를 가지리라 생각한다. 직접 전하는 편지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이고, 우편으로 전해지는 편지라면 주고받는 것도 인편을 통하며 제법 긴 시간이 걸린다. 당연히, 읽음 확인도 안 된다. (손편지를 등기로 보낸다면 또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손편지를 주고받는 분들이 있을 것이고, 손편지만이 주는 느낌을 이메일이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손편지를 당사자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프로 대필가가 대필한 것이라면 어떨까? 글씨만이 아니라 내용까지 대필가를 통해 다듬어지고 대신 쓰인 것이라면 직접 쓴 손편지가 갖는 그 정성과 마음을 동일하게 가졌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중 하나였다. 이 질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책 속에 등장한다.
전통을 지키며 잔잔하고 고즈넉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이 부러우면서도, 나는 저렇게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까지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전통을 지키는 것일까? 무언가를 개선하여 발전시킨다면 전통을 버리는 것일까? 가볍다면 가벼운 이 책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준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7384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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