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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

prostars 2022. 10. 31. 18:46

'눈먼 자들의 도시'와는 다르게, 시작은 발랄하고 코믹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발랄함은 사라지고 우울한 블랙 코미디로 침잠한다.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에서는 그래도 주인공은 이름으로 불러주더니, 이 작품은 '눈먼 자들의 도시'와 같이 등장인물 누구 하나 이름으로 지칭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등장했던 눈물을 핥아주는 개의 이름만이 언급된다. 

 

중앙 정부는 사랑하는 아버지처럼, 곧고 좁은 길로부터 벗어난 수도의 주민에게 돌아온 탕자의 우화에서 배워야 할 숭고한 교훈을 일깨워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정부는 그들에게 진정으로 뉘우치고 완전히 회개하면 용서 못할 잘못이 없다고 말합니다
...
여러분의 조국의 명예를 드높이십시오, 조국의 눈이 여러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정치 성향은 모르겠지만, 정치인에 대한 불신의 벽은 높은듯하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도 그랬지만, 이 작품에서는 더 신랄하게 정치인을 풍자한다. 작가가 과거 1950년대 전후로 공산당에서 활동하다 추방된 이력이 있다고는 나와 있다. 작품의 배경은 민주주의인데 느낌은 독재다. 같이 붙여놓기에는 전혀 다른 뜻의 단어인데 작품에서 묘하게 어우러진다.

 

경찰에서 숫자를 따지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면 모두 해서 겨우 오만 명밖에 안 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숫자, 진짜 숫자는, 우리가 한 명씩 다 세어보아서 하는 말인데, 그보다 열 배는 많았다.

실소가 터진 부분인데, 이건 세계 공통인가?

 

https://ridibooks.com/books/754028348

 

눈뜬 자들의 도시

『눈먼 자들의 도시』 이후 4년이 흐른 어느 선거일, 유권자 중 80퍼센트가 백지투표를 던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또다시 벌어진 '백색공포'로 두려움에 떨던 정부당국과 정치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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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늘의 표정으로 판단해 보건대, 그가 오는 데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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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깥은 물의 사막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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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비만 오지 않으면 오늘 아침에 폭풍이 우리에게서 훔쳐갔던 것을 곧 메울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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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보편적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이 가끔 두려움 때문에 또 가끔 자신의 이익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또 가끔씩은 거짓말이 진실을 방어할 유일한 수단임을 적시에 깨닫는 바람에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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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실을 말할 때도 계속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할 때도 계속 진실을 말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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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는 다른 사람들의 의무, 그 권리를 존중하고 따를 의무 속에 잠재적으로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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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되던 날 청소부들이 다시 거리로 나온 것도 이와 똑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다만 제복을 입지 않고 사복을 입고 나왔을 뿐이다. 제복이 파업을 하는 것이지 우린 아닙니다, 그들은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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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본다는 것이 그 간단한 말과는 달리 얼마나 아슬아슬한 일인지, 그럼에도 그것이 실제로 현실로 나타났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하고 기적적인 일인지 이해할 수 있을까.
...
평생 자신의 권리와 더불어 남들의 권리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모와 조부모가 투표한 대로 투표했기 때문이다
...
눈이 보지 못하는 것은 가슴도 슬퍼하지 않는 법이거든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
인생과 비슷하구려, 왜 시작이 되었는지, 왜 끝나는지 우리는 모른다오. 

눈뜬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정영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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