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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stars 2022. 8. 23. 19:05

이런저런 비슷한 책들을 봤고 머리로 이해했다고 생각했으나, 매번 어렵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동조해서 논쟁을 피하는 성격도 아니라서 의견을 개진하고 강한 저항이 등장하면 강 대 강으로 부딪쳤었다. 까칠하던 어린 시절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자평하지만, 여전히 부드럽게 설득하지 못한다. 하여, 다시 이견 조율을 다룬 책을 또 하나 집어 들어봤다.
도서 미리 보기 기능으로 본 책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논쟁하는 법을 모르니 의견이 충돌하면 거기에 걸려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라는 문장이 와 닿아서 구매한 이 책은 계속 비슷한 논거가 반복되고, 심리학자분들이 참 다양한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지만, 재밌게 읽었다. 책 뒤에 요약편이 있으니 서점에선 요약편을 보고 읽을지 덮을지 판단하는 것도 좋겠다. 내용이 이것저것 많지만, 간단히 정리한다.

의견 대립은 피할 수 없는, 아니 피할 필요가 없는 필수적인 것이다. 의견 대립이 있어야 갈등도 생기고 서로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의견 대립이 없다면 단기적으로 좋을지 모르나 추후 그것은 더 큰 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공유 정보 편향으로 누구도 다른 의견을 내지 않으면 토론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의견 대립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자신이 옳다는 것에 매몰되어 집단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의견 대립을 장려하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규칙을 만들고, 개선해가면서 서로의 의견이 집단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책 후반부에서 소개하는 ‘체인지 마이 뷰’라는 레딧의 포럼 운영 방식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맥락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다양한 맥락을 가진 고맥락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높다. 구성원들의 변화 없이 오래된 사회나 집단일수록 암묵적인 예의와 규칙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구성원의 변화가 많거나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높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고맥락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높을수록 새로운 구성원이 넘어야 할 허들도 높아진다.

상대의 의견이 자신만의 어떤 확신이나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면, 그것을 바꾸려는 시도는 강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말에 매우 공감한다. 나도 시도하다 여러 번 실패했다. 직접 경험이나 어떤 책에서 얻은 간접 경험도 아닌 확신과 믿음은 정말 설득하기 어렵다. 다른 책에서 비슷한 내용을 인용해보면, 

‘우린 항상 이렇게 해왔어요’라고 말하면서 현재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는 의심조차 못하는, 말 그대로 비판 능력을 상실해버리죠. 현상 유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메커니즘을 억지스럽게 꼬아놓거나 합리화 논리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이 깨끗한 눈을 가진 여러분에게 굉장히 유리한 지점입니다.
-알라딘 eBook <구글 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 (타이터스 윈터스.톰 맨쉬렉.하이럼 라이트 지음, 개앞맵시 옮김) 중에서

 

경험상 유리하지는 않더라 언제나 설득은 힘들고, 작업은 내가 하겠으니 변화에 동의만 해달라는 것도 쉽지는 않다.

 

아무래도 작가와 우리의 문화적인 차이는 있어서 우리 사회와 괴리감이 있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갈등 상황에서 갈등을 한계점 아래로 내려놓는 방법으로 놀리기라고 부르는 장난스러운 유머를 효과적이라고 소개한다.

“내가 제법 길게 야단치고 있는데,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군.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나?”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가장 어린 멤버인 조지 해리슨이 입을 열었다. “뭐, 우선, 당신 넥타이가 마음에 안 들어요.”
-알라딘 eBook <다른 의견> (이언 레슬리 지음, 엄윤미 옮김) 중에서

 

음… 우리나라, 아니 아시아에서 과연… 통할까 싶다.

서로의 문화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면 상대의 말과 의도를 오해하기 쉽다. 꼭 문화권이 다른 것이 아니더라도 오래된 관계는 모두 고유한 문화를 갖는다는 말을 이제는 이해한다. 각자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다르다. 내 기준에선 상대가 이상하지만, 상대 기준에선 내가 이상할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관점이 유일한 관점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판단을 미루고 대신 호기심을 가지라는 말에 공감한다. 판단하는 타이밍이 조금씩은 뒤로 가고 있다. 그렇다고 부드럽고, 사근사근하게 논쟁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책 하나 더 읽었다고 크게 달라질 리가 없지만, 조금씩은 나아지기를.

‘위키피디아 편집 전쟁’ 이야기도 재밌고, 인지적 분업이라는 토론 방식은 나중에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 ‘확증 편향은 없애야 할 버그가 아니라 핵심 기능이다.’라는 문장에선 혼자 킬킬거리고 웃었다. 그런데, 에코 챔버 효과가 알려진 것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두 배 많은 정보원에서 뉴스를 얻는다지만, 필터 버블 효과로 그 두 배가 비슷한 류의 정보원이라는 것이 문제다. 내가 선호하지 않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구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에코 챔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설탕의 독’ 사례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이야기와 ‘과학은 장례식이 한 번 열릴 때마다 한 걸음씩 진보하는가?’라는 논문이 있다는 사실은 참 씁쓸하다. 오래전 어딘가에서 보고 가식적이야라고 치부했던 가면 이야기는 조금 더 무겁게 다가온다.

자신의 감정과 반응을 장악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기술이라고 하는데 득도하기 전에 가능은 한 것인가 싶다. 멋지고 좋은 말을 계속 하던 작가도 파시스트와의 의견 대립은 가치가 없다고 한다. 역시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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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다른 의견

저자는 인질 협상가, 경찰, 이혼 중재자, 외교관처럼 불편하고 어려운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최고의 의사소통 전문가들의 경험과 여러 과학적 연구에 근거해 ‘생산적 의견 대립을 위한 9가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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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의 주장을, 나는 나의 주장을 내놓을 때, 그리고 우리 둘 다 최선을 다해 주장의 논거를 제시하려는 동기를 가질 때, 의견 대립의 담금질을 거쳐 우리가 얻게 될 답은 훨씬 더 강력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왜냐하면’으로 시작하는 설득력 있는 대화 방식을 가르치는 것은 사회화 교육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우리는 각각의 만남에서 적절한 가면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상사가 될 수도 있을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가면은 데이트 상대에게 보여줄 가면과는 다를 것이다. 고프먼은 이런 노력을 가면 놀이(facework)라고 불렀다. 우리는 신뢰하고 잘 아는 사람들 앞에서는 가면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소셜미디어는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공평한 기회를 주는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방대한 양의 관심을 누릴 뿐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주 적은 관심만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생산적인 의견 대립은 예의 바른 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계속해서 다른 의견을 나눌 수 있으려면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한다.
...
‘말의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은 그 사회가 정직한 사회라는 증거였다.
...
우리는 본능적으로 똑같이 되돌려주려 한다.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지키려면, 누군가 이 순환고리를 끊어주어야 한다.

-알라딘 eBook <다른 의견> (이언 레슬리 지음, 엄윤미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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