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스 황제는 자신의 비망록이 세상에 공개되어 후세에 읽힐 것이라고 상상해봤을까?
책 초반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코모두스의 아버지라는 것을 보고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봤던 노황제 그분이 생각나서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170~180년 사이에 쓰였을 것이라고 하니, 이 책이 내가 봤던 고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고전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종교서를 읽는 듯한 느낌과 교양 수업으로도 만나 본 적은 없지만, 철학과 교수님에게 혼나는 기분이 살짝 들었다. 선악을 판단하지 말고 이렇게 하라, 그렇게 하지 말라 계속 혼난다. 자기 자신에게 쓴 글이 엄격하다. 우리 대부분은 자신에게 관대하지 않은가?
마르쿠스 황제는 철인이면서 득도하셨을 듯하다. ‘판단을 하지 않으면 괴로움이 사라진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별 차이가 없다.’, ‘기억하는 모든 것이 덧없고, 기억되는 모든 것이 덧없다.’라… 음… 어렵다.
처음에 공동체라고 해서 가족이나 국가를 말하나 했는데 우주라고 한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나의 조국은 우주다.’ 1900년쯤 전에 나의 조국을 우주라고 생각할 수 있다니 경이롭다. 하지만, 글이 쓰인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열등한 존재와 우월한 존재 등의 이야기도 나오니 잘 걸러서 보자.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많아서 의욕이 없고 우울할 때 읽을 만한 책은 아니지만, 좋은 책이다. 중간중간 아무 페이지나 열어서 몇 번 더 읽어볼 것 같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2221412
마치 수천 년을 살 것처럼 살아가지 말라. 와야 할 것이 이미 너를 향해 오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선한 자가 되라.
...
네 마음의 품성은 네가 어떤 생각들을 자주 하느냐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정신을 어떤 색깔로 물들이는 것은 생각들이기 때문이다.
...
선택권이 네게 있다면, 너는 탓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선택권이 네게 없다면, 너는 누구를 탓하고자 하는가. 원자들인가 신들인가. 어느 쪽을 탓하든, 그것은 정신 나간 짓이다. 탓하지 말라.
...
너를 고통스럽게 하는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너의 판단을 버려라. 네 자신은 전혀 고통스럽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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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의 오염은 생물에 해를 가하여 목숨을 위협하지만, 마음의 부패는 인간에게 해를 가하여 인간성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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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여기에 적응해서 살아가거나, 여기가 싫어서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가서 살거나, 죽음을 선택해서 너의 복무를 마치거나 해야 한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러므로 힘을 내라.
...
사람들은 서로를 경멸하면서도 서로에게 잘 보이려고 하고, 서로를 밟고 일어서려고 하면서도 서로에게 굽신거린다.
-알라딘 eBook <명상록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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