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작가의 ‘고양이’를 읽고 받은 타격을 상쇄하려고 ’개미’ 같은 느낌을 기대하고 일부러 오래된 작품을 골라서 읽었는데, 번역이 망이다. 왜 외국 현대 소설 번역본을 보는 데 우리나라 근대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지? 국어 사전 없이 읽기가 어렵다. 꼭 번역을 이렇게 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모르는 단어를 많이 알았다. 이렇게 어휘력이 부족했었다니. 아무튼 새로운 어휘를 배운 것은 좋은데, 현대 유럽을 배경으로 진행하는 이야기를 너무 토속적으로 번역해놔서 몰입이 자꾸 깨진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
애오라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한 열망
타나토노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저
‘애오라지’라니? 굳이 이렇게 번역했어야 하나?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열망” 이러면 읽기 쉽잖아? 그리고, '오금아 날 살려라'라니? 우리나라 사람도 실 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아래 신화 떡밥은 차용했다고 보기에는 그냥 니체의 영원 회귀에서 가져온 거 같다.
61. 치피와 인디언 신화
치피와 인디언은 슈피리어 호에서 아주 가까운 미국 위스콘신 주에 사는 원주민이다. 죽은 다음에도 그들은 삶이 예전과 똑같이 계속된다고 생각한다. 삶에는 끝도 없고,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떤 변화도 없다. 삶은 어떤 목적, 어떤 도덕, 어떤 의미도 없이 똑같은 필름을 한없이 되돌리는 것과 같다.
타나토노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저
아래는 읽으면서 가장 짜증이 났던 문장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인가.
나쁜 짓을 많이 한 사람들은 전쟁의 참화에 휩싸인 나라나 만성적인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에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그들은 가난과 질병과 장애로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타나토노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저
죽음에 대한 탐험을 무슨 우주여행처럼 풀어놨는데 참신한 것은 소재일 뿐, 설정도 허술하고 딱히 고민을 많이 안 하신 거 같다. 개미, 뇌, 파피용은 재밌게 본 거 같은데 다른 작품들이 나랑 안 맞는 건지, 편차가 좀 크다. 소재가 특이해서 손이 가기는 하니 또 낚여서 다른 것을 읽겠지...
#소설 #타나토노트 #비추천도서
리디북스 : 타나토노트
모든 선구자들은 동시대인들에게 충격적인 사람들로 받아들여졌어. 작가이자 의사인 라블레를 생각해 봐. 그 쾌활한 작가 라블레가 밤마다 공동묘지에 가서 시체를 파내고 인체 해부를 연구해서 의술을 한 단계 발전시켰지. 당시로 보면 그런 행위는 중죄감이지. 그렇지만 그 양반 덕분에 우리는 혈액 순환을 이해하게 되었고 수혈을 통해서 많은 목숨을 구해 냈잖아.
타나토노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저
「자네 이런 중국 격언 아나? 〈질문을 하는 사람은 잠깐 동안 바보처럼 보이지만, 질문을 하지 않는 사람은 평생 바보로 남게 된다〉는 거 말일세.」
타나토노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저
현대는 자기 생각을 난폭하게 강요할 수 없는 시대일세. 타협을 해야지.
타나토노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저
자아는 우주의 특별한 하나의 점도 아니고 교차점도 아니다. 자아는 사람마다 다르며 같은 사람에게서도 발전 단계에 따라 다르다.
타나토노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저
나는 사람들을 평가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불평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이 가져야 할 야심은 오로지 자신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타나토노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저
그러나 그게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다른 사람도 그러니까 나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은 변명도 위안도 되지 못한다.
타나토노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저
어떤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정말 행복한 일이다.
타나토노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저
신을 숭배하지 않는 것이 죄인가? 신이 존재한다면, 아주 지혜로운 실체로 존재할 것이다. 그런 신에게 오만함이 있을 리 없다. 신이 존재한다면, 신은 자기를 숭배하는 자와 자기를 모욕하는 자를 비웃을 것이다.
타나토노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세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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